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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나언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9-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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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_라크리마_공연사진 / 제공 성남아트센터 (c) Jean-Louis Fernandez 영국 왕실의 공주가 결혼을 발표한다.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결혼식,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관심을 받는 것은 공주가 입을 웨딩드레스다. 왕실은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오트 쿠튀르 하우스에 역사에 남을 드레스 한 벌을 주문한다. 제작 기간 8개월, 총 9057시간의 노동. 파리의 재봉사와 프랑스 알랑송의 레이스 장인, 인도 뭄바이의 자수 장인들이 극도의 보안 속에서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인다. 드레스가 조금씩 완성돼 가는 동안 화려함 뒤에 감춰져 있던 비밀과 고통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한 벌의 웨딩드레스를 통해 글로벌 분업 시대 패션 산업의 이면을 파고드는 연극 ‘라크리마(Lacrima)’가 다음 달 2~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초연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이 제작한 작품으로, 2024년 첫선을 보인 이후 아비뇽페스티벌과 파리 오데옹극장, 런던 바비컨센터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공연되며 호평받은 화제작이다. ‘라크리마’는 라틴어로 ‘눈물’을 뜻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베트남계 프랑스인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좋아하던 단어였다. 어감도 아름답고 그 단어가 환기하는 이미지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며 “오늘날 무엇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가장 깊이 울리는지, 즉 ‘동시대의 눈물’을 들려주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오션파라다이스게임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_라크리마_공연사진 / 제공 성남아트센터 (c) Jean-Louis Fernandez 창작의 중요한 계기는 인도 뭄바이의 자수 장인들이었다. 응우옌은 작품을 준비하던 중 유럽 오트 쿠튀르의 화려한 자수 뒤에 수천㎞ 떨어진 인도 남성 장인들의 노동이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후 직접 뭄바이를 찾은 그는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고 섬세하게 작업하는 장인들의 모습에 압도당했다. 그는 “슬퍼서가 아니라 아름다움 때문에 눈물이 흘렀다”며 “작업하는 손짓과 공동 작업,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장인 정신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는 무대는 세련되고 파격적이다. 기존 연극의 문법을 뛰어넘어 무대와 영상을 정교하게 결합해 파리와 알랑송, 뭄바이의 세 노동 현장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인다. 스크린의 분할 화면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교차시키고,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은 빠른 호흡으로 맞물린다. 프랑스어와 영어, 타밀어 등 여러 언어도 한 무대에 공존한다.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일을 마치 한 편의 TV 시리즈를 보듯 따라가게 한다. 특히 영상은 단순한 무대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파리에서 하루가 저물어도 뭄바이에서는 누군가 계속 바늘을 움직인다. 한 지역이 잠들면 다른 지역의 노동이 이어진다.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의 드레스를 완성하기 위해 24시간 연결돼 있는 글로벌 생산 시스템이 눈앞에서 시각화된다 릴게임설치 . 그 중심에는 웨딩드레스가 있다. 응우옌은 이를 “암묵적인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아름다움과 사치, 완벽함의 상징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수많은 장인의 손과 몸, 제작에 쏟아부은 시간과 그 뒤에 숨겨진 고통과 비밀이 켜켜이 쌓인 존재로 의미가 달라진다. 단 한 벌의 웨딩드레스에는 자본주의와 역사, 지리, 계급과 지정학적 관계, 그리고 수많은 인간의 삶이 얽혀 있다. 응우옌이 주목한 것도 “완성된 웨딩드레스가 가진 극단적인 가시성과 그것을 만든 사람들,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장인들이 가진 거의 완전한 비가시성 사이의 대조”다. 그렇다고 ‘라크리마’가 패션 산업의 노동 착취를 고발하는 교훈적인 이야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응우옌은 “‘부자들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이 불쌍한 사람들을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무엇보다 원치 않았다”며 “그것은 그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폄하하고 결국 그들의 힘을 빼앗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기술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불공정한 노동 시스템과 자본 논리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다는 모순. ‘라크리마’는 어느 한쪽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그 복잡한 현실 자체를 바라본다. 그렇다면 8개월간 9057시간의 노동, 파리와 알랑송, 뭄바이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공주의 웨딩드레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눈부신 드레스는 마지막에 무대 위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까. 그 답은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 노동 시스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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